리뷰

'페미니스트와 오타쿠는 왜 상성이 안 좋은가' 리뷰. 부분 번역 인용有

탁걸 2022. 9. 25. 10:10

 

フェミニストとオタクはなぜ相性が悪いのか(페미니스트와 오타쿠는 왜 상성이 안 좋은가)표지. 출처 아마존저팬

 

제목부터 어그로를 끌고 있지만

사실 '오타쿠'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보다는, 일본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혐오 현상과

이를 대하는 사회 구성원들에 대해 여성 둘이 각자의 동시대 경험을 토대로 대화하며 통찰하는 내용이다. 

 

대담자는 카야마 리카(1960년생), 키타하라 미노리(1970년생) 라는 두 여성이다.

카야마는 정신과의사, 교수직, 에세이스트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카야마는 본인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서 대담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엔 리버럴 페미니스트에 가까운 것 같다)

 

이에 반해 키타하라는 공적으로 페미니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 페미니즘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 발발 이전에 한 번 키타하라씨의 토크 이벤트에 참여해본 적이 있는데, 

키타하라씨가 부산에 있는 박물관(정확히 어딘지 모름)에서

1978년 동일방직 사건, 일명 '똥물사건'에 대한 자료를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며,

여자 입을 틀어막으려는 사람들에게 똥물을 부어버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는? 일화를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둘은 자신들의 젊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각자가 여성주의적이라고 생각하던 것들, 실천했던 활동에 대해 곱씹는다.

('에로'는 상황에 따라 '포르노'로 의역함)

카야마 : 80년대에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시작은 자판기 에로책 라이터였습니다. ... 그런 잡지들이 몇 가지 있어서, 저는 그런 데서 일을 받기 시작했어요. 촬영현장에 가는 일은 없었지만, 제가 참여한 잡지에 그라비아가 실려있어도 단순히 "아아, 그런 일도 있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성노동과 누드 그라비아가 동일하지는 않지만, 저는 그런 것들을 긍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 ... 당시의 저는 "하이컬쳐는 멋지고 서브컬쳐는 쓰레기다" 라는 식의 서열의식에 대해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 저의 출발점은 그런 지점이었습니다. 주변에선 포르노 배우나 성노동자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었고, 스트립댄서도 있었어요. 스트립댄서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이 있어서, 저희들 앞에서 대놓고 말한 건 아니지만 "어째서 발레는 괜찮고 우리들은 하찮다는 거야?"라는 의식은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르누아르 같은 누드는 괜찮은데 그라비아는 포르노라고 하는 거냐?"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렇기에 특히 '성노동자는 틀려먹었다, 인격을 파괴한다'와 같은 의견에 굉장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키타하라 : 그렇군요. 저도 80년대의 서브컬쳐에는 당연히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엔) 에로가 저항컬쳐로서의 서브컬쳐였으니, 저항컬처로서의 에로라는 그 분위기는 잘 이해가 됩니다. 한 편 '어째서 여성향은 없는가"라는 의문은 있었어요. ...저는 에로라고 취급되는 것들, 소위 컬쳐라고 불리우는 것들엔 "내가 있을 곳이 없다"라는 감각이 강하게 있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을 ... 그만두고 곧바로 남성향 포르노 잡지에서 편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페미니즘의 문맥에서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포르노를 모색해나가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포르노 여배우의 인터뷰나 그라비아 촬영 등의 어시스턴트를 해보면서 깨달은 건, '포르노' 업계의 거대함, 그리고 이 업계는 사회의 저변이라든가 뒷편 같은 인상을 주고 있지만 실은 엄청나게 이익을 낳는 거대한 산업이라는 것, ...여성은 소비재일 뿐이라는 현실이었습니다.
...
카야마씨는 현재 성노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시로부터 변화는 있나요?

카야마 : 주변에서 포르노영상에 출연했던 사람들 중엔 점점 정신적으로 약해져가는 사람도 있었고, 제가 정신과의가 된 후론 그 쪽 세상과는 멀어졌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땐 말하지 못했지만..."하고 상담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어요. (라이터로 활동 당시)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그들의 실제 인생 고민이나 문제를 전혀 보지 못했는데, 한 명 한 명 잘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그 중엔 약물 중독이나 자살로 사망한 사람도 나왔지요. 또 업무상으로 그런 분과 만날 일도 있어서, 제가 그런 문제들을 전혀 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화는 당시 많은 사람들, 특히 오타쿠들을 충격에 빠뜨린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으로 이어진다.

(미야자키 츠토무(범행 당시 26세)는 여아 연속 살인범으로,

소위 '전형적인 오타쿠의 방'이었던 그의 방의 미디어에 노출되며

당시 일본사회에 '오타쿠라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켰다)

 

미야자키 츠토무의 방. 출처 毎日新聞

키타하라 : (사건이 있었던)이후로, 로리콘 문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엄격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방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로리콘 판타지는 일반적인 장사가 돼버렸지요. 더 나아가 서브컬쳐는 권위를 갖게 되었고, 남성향 에로는 불가침한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있다고 치부되었어요. 미야자키가 계기가 됐다고 해도 될 만큼, 사건 이후로 '오타쿠' '서브컬처' '에로'가 일반화 되었죠. ... 그 정도의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어린 여자아이였기 때문에 학대 당하고 죽임을 당했는데, 그 일에 대한 충격 이상으로 문화인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외치기 시작하고, 오타쿠를 탓하지 말라고  논진을 펼치는 모습, 무서웠어요.  ... 오타쿠의 시민권을 획득시키고, 아키하바라를 만들고, 모에문화를 만들고, 여유아성도착증을 판타지로서 긍정하는 문화를 낳고, 더 나아가선 쿨저팬의 경제효과를 낳았고......시대나 사회의 상징이 되어버렸죠.

 

위의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건, 80년대의 여아 살인 사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향이

2020년대에 일어나는 여성혐오 사건들의 반향과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책을 다시 읽어보니,

책 제목의 '페미니스트'는 키타하라를, '오타쿠'는 카야마를 어느 정도 상정한 듯하다. 

미야자키 사건에서 이 둘이 받은 인상은 상반된 것이었다. 

카야마는 미야자키 츠토무의 '방'으로부터 오타쿠 문화의 언론인으로서 언론활동을 시작했으나,

키타하라는 그 '방'에서 도망치듯 페미니즘의 언어를 추구했다고 한다. 

카야마씨는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는 오히려 오타쿠들을 옹호하는 측이었다고.

키타하라씨가 여성혐오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에 반해,

카야마씨는 자신은 조금 망설여지는 지점들이 있다고도 밝히고 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카야마씨는 리버럴 성향이고, 키타야마씨는 래디컬에 가깝다(실제로는 어떤지 모른다).

그러나 제목만 보고 "또 남덕 까네"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한국웹에도 있었다...). 사실 제목은 미끼에 가깝다고 본다.

앞서 썼다시피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 원조교제, 원정 성매매, 포르노 출연 강요 등을 비롯한 일본 사회의 여성 착취의 역사,

남성의 욕망을 우선하는 문화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미 페미니즘에 대해 평소부터 관심이 있고 발언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복습에 가까운 내용이 될 것 같다.

가려운 부분을 긁는 지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웃겼던 부분들을 일부 골라 아래에 옮겨 본다.

 

 

~메아드카페, 갸루vs찐오타쿠 (내멋대로 가제목임)~

카야마 :  예를 들면 요즘 코스플레이를 즐기는 여성들이 많이 있어요. 살갗을 드러내고 "나는 이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는 거에요"라고 말하는 건 좋지만, 그런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면 취할 수록, 결국 남성들에게 대상화 당하고, 그러다가 촬영회 같은 곳에 불려가고, 돈을 받게 된다거나 하지요. 그녀들은 그걸 피해가 아닌, 자신들이 코스프레 문화를 확립해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과연 옳은 건지 의문이 듭니다.

키타야마 : 어려운 문제죠. 메이드 카페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그런 데에서 알바하던 아이가 해준 얘기인데요. 처음엔 갸루들이 메이드를 하면서 '키모이 아저씨들'한테 차를 내주는 감각으로 이루어지던 문화가, 점점 세상에 알려지면서 진심으로 메이드가 되고 싶어하는 오타쿠인 여자아이들이 응모해오기 시작했다고 해요. 비싼 시급 대신 '키모이 아저씨'에게 할 수 없이 차를 내오던 갸루와, 진심으로 메이드가 되고 싶어 열심인 여자 아이들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해요.

카야먀 : 헤에, 재밌네요.

키타하라 : 메이드를 향한 욕망의 비지니스가, 메이드가 되고 싶어하는 욕망도 키우는 거죠.

카야마 : '내 욕망'이라고 생각하던 게 사실은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욕망 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석해도 좋을지, 생각해 볼 만하다고 보는데요.

키타하라 : 성적 물화, 상품화 당하는 욕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런 식으로 욕망을 문화적으로 학습하는 경우는 당연히 존재하겠죠.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캐릭터에 현실성이 없는 건에 대해~

카야마 :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읽어 보셨어요?

키타하라 : 아뇨.

카야마 :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주인공은 36세고 10살 연상인 아내한테 내쫓겨서, 9개월간 별거를 하고, 결국은 아내에게 돌아간다는 내용이에요. 그 9개월간, 걸프렌드 라고 하는 40대 유부녀가 집에 와서 섹스를 하고. 그 유부녀는 남편과는 섹스리스고요. 마침 제가 그 여성보다는 10살 정도 위인데요. 등장인물 중에 가장 나이가 가까워서 신경쓰였어요. 아무튼 얘기가 점점 결말에 다가오면서, 주인공이 아내에게 돌아갈 듯한 타이밍이 돼서야 "이런 관계, 그만 둬야 한다고 생각해"라며 유부녀가 사라지거든요(웃음). 어쩜 이렇게까지 남자 편의를 봐줄 수 있지! 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고요.
또, 남편이 내쫓긴 9개월 동안, "그 여자하고는 1주일에 몇 번이나 농후한 섹스를 했다" 라든가 하는 내용이 쓰여 있는데요. 그 와중에 아내에 대해선 계속 좋아하는 상태고, 유부녀와 관계하고 있을 때에도 아내에 대한 생각은 머리 속 어딘가에 있다든가. 그런 걸로 타협하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그건 아내에게나 유부녀에게나 실례죠.
아내에게 되돌아간 후로는 유부녀에 대해선 전혀 티내지 않고 굉장히 행복하게 살아요. 인간이 이럴 수 있나? 라고 생각해버렸네요. 이런 식으로 여성이 딱 잘라서 "남편과는 섹스리스니까 그런 관계는 당신과 즐기고 싶어"같은 말을 하고는, 인간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이제 그만 두자"고 사라져 버리다니. 그런 사람이 정말 있으려나? 하고요.

키타하라 : 무라카미씨가 그리는 여성은, 현실성이 없어요. 없다고, 그런 여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여자 뿐입니다.

 

이 책이 국내 정발이 된다면 본 게시글은 없앨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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